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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money/오늘 뭐사지?

'보온 가능' 은 시간이 아닙니다

'보온 가능' 은 시간이 아닙니다

텀블러를 고를 때 보는 줄이 있습니다. 요약 사양에 있는 한 줄입니다.

보온/보냉여부 : 보온/보냉가능

이 줄을 보고 담습니다. 보온이 되는 텀블러구나, 하고요.

같은 날 텀블러 셋을 열어 봤습니다. 셋 중 어느 것도 몇 시간인지를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보온 가능' 은 시간이 아닙니다

'보온 가능' 은 시간이 아닙니다

'보온/보냉가능' 은 되느냐 안 되느냐를 적은 말입니다. 얼마나 오래인지를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텀블러를 사는 이유는 거의 언제나 뒤쪽입니다. 아침에 담은 커피가 점심까지 따뜻하냐, 얼음이 저녁까지 남아 있느냐입니다.

종이컵도 보온이 '됩니다'. 십 분쯤요. 그러니까 되느냐 안 되느냐를 적은 칸은 고를 때 쓸 수가 없습니다. 둘 다 '가능' 이라고 적히니까요.

셋 중 시간이 적힌 건 하나뿐이었습니다

셋 중 시간이 적힌 건 하나뿐이었습니다

제품요약 사양의 보온 줄시간 숫자
원터치 텀블러 500ml보온/보냉가능없음
메트로 머그 텀블러 600ml보온/보냉가능문의 답변에 있음
스포티 핸들 텀블러 350ml줄 자체가 없음없음

셋의 판매자 표기(요약 사양, 필수 표기, 특장점)를 다 훑었는데 시간 숫자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한 제품의 특장점에는 이런 줄이 있습니다.

보냉 및 보온에 효과적으로 사계절 모두 유용
이중의 진공 구조로 제작해 보온 보냉이 우수

구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하나도 사양이 아니라 문의였습니다

그 하나도 사양이 아니라 문의였습니다

시간 숫자가 나온 자리는 한 곳입니다. 상품문의입니다.

보냉유지시간?얼음넣었을때 보냉시간 문의합니다

첫 답변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제조사에 확인한 뒤에 답변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사흘 뒤에 답변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해당 제품의 보냉 시간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8도씨 이하 기준 27시간 이내인 점 참고하여 이용 부탁드립니다.

사양 칸에 없는 숫자가 묻는 사람에게만 가 있습니다. 물어본 사람이 없었으면 이 줄도 없었을 겁니다.

조건이 붙어야 시간이 됩니다

조건이 붙어야 시간이 됩니다

저 한 줄이 좋은 건 숫자가 나와서가 아닙니다. 조건이 함께 적혀 있어서입니다.

먼저 '사용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라고 적고, 그 다음에 '8도씨 이하 기준' 이라고 적습니다. 어떤 상태를 놓고 잰 숫자인지가 붙어 있습니다.

시간은 조건이 없으면 읽을 수가 없습니다. 같은 텀블러라도

  • 얼마나 채웠는지
  • 처음 몇 도였는지
  • 몇 도까지를 '유지' 로 보는지
  • 바깥이 몇 도인지

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조건 없이 적힌 시간은 숫자처럼 보이는 말에 가깝습니다. 조건이 붙은 쪽이 오히려 믿을 만합니다.

한 곳은 칸 자체가 없었습니다

한 곳은 칸 자체가 없었습니다

셋 중 하나는 요약 사양에 보온/보냉여부 줄이 아예 없었습니다. 다섯 줄이 이렇게 채워져 있습니다.

오픈방식 · 특징 · 색상계열 · 패턴/프린트 · 재질

여는 방식과 손잡이와 색과 무늬와 재질입니다. 보온 보냉을 말하는 칸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앞의 둘에서는 그 칸이 '보온/보냉가능' 이라는 말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숫자는 아니었지만 칸은 있었습니다. 숫자가 없는 것과 칸이 없는 것은 다릅니다. 뒤쪽은 사양 칸을 훑는 것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따뜻한 쪽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여기까지 나온 시간 숫자는 전부 보냉입니다. 차가운 쪽입니다.

보온, 그러니까 따뜻한 쪽 시간은 셋 다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문의도 보냉만 물었고 답변도 보냉만 했습니다.

겨울에 쓰실 거면 이게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적혀 있는 쪽은 여름 쪽이고, 겨울 쪽은 비어 있습니다.

재질도 말로 적힙니다

셋의 요약 사양 재질 칸은 이렇습니다.

스테인리스 · 스테인리스 · 스테인레스 스틸

스테인리스에는 등급이 있습니다. 숫자로 적습니다. 그런데 셋 다 등급 숫자가 함께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셋 다 필수 표기의 재질 칸이 '컨텐츠 참조' 입니다. 크기 칸도 셋 다 '컨텐츠 참조' 입니다.

치수와 무게 숫자가 나온 자리도 결국 문의 답변이었습니다. 한쪽은 사이즈를, 한쪽은 용량별 무게를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텀블러 표기 확인 순서

텀블러 표기 확인 순서

  1. 보온/보냉여부 칸이 있는지부터 봅니다. 없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2. '가능' 말고 시간이 적혀 있는지 봅니다. 상품명과 요약 사양과 필수 표기 셋을 훑습니다.
  3. 시간이 있으면 조건이 붙어 있는지 봅니다. 몇 도 기준인지가 없으면 읽을 수가 없습니다.
  4. 따뜻한 쪽인지 차가운 쪽인지 봅니다. 보냉만 적힌 경우가 많습니다.
  5. 상품문의를 훑습니다. 사양 칸에 없는 숫자가 거기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오 분이면 끝납니다.

그래도 모르면 묻습니다

셋 중 시간 숫자가 나온 한 줄도 결국 누군가 물어서 생긴 줄이었습니다. 처음 답변은 제조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이었고, 사흘이 걸렸습니다.

사흘을 기다릴 수 있으면 묻는 쪽이 빠릅니다. 답이 오면 그 페이지에 남아서 뒤에 오는 사람도 봅니다.

적혀 있지 않다고 나쁜 텀블러는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도록 적어 둡니다. 저희가 본 건 페이지에 적힌 글자입니다. 제품을 뜯어서 재 본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안 적혀 있다고 보온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니고, 적혀 있다고 그만큼 간다는 뜻도 아닙니다.

말씀드리는 건 하나입니다. 사기 전에 맞는지 확인할 데가 있느냐입니다. 확인할 데가 없으면, 그건 받아 보고 알게 됩니다.